광주의 둘레길인 ‘빛고을 산들길’이 만들어진 것은 2015년이다. 제주 올레길이 성공한 이후 지리산 둘레길이 조성되는 등 전국에 걷기 열풍이 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코스 개발과 스토리텔링 작업에는 광주전남연구원이 참여했다.
‘빛고을 산들길’은 광주 외곽 81.5㎞ 구간을 연결한 힐링 트레킹 코스다. 무등산·금당산·백마산·어등산·용진산·삼각산과 서창 들녘, 영산강·황룡강변, 풍암호·전평호·평동저수지를 따라 거닐며 남도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구간당 10∼16㎞씩 모두 6개 구간으로 구성돼 있다. 하루에 한 구간씩 6일 동안 돌아보도록 짜여졌다.
그러나 ‘빛고을 산들길’은 그 후 시민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방치되다시피했다. 이 길을 다시 되살린 사람이 박성수 광주전남연구원장이다. 박 원장은 어느날 금당산 자락에서 우연히 ‘빛고을 산들길’이라는 팻말을 발견한다. 제주 올레길처럼 광주도 외곽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이 반가워 1구간부터 혼자 걸었다. 그 후 페이스북에 소개를 했고, 하나 둘씩 합류하면서 6구간을 걸을 때는 2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마침내 ‘빛고을 산들길 사랑 모임'(빛길모)을 만들었다. 지난해 초에는 사단법인 등록도 했다.
빛길모는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 ‘빛고을 산들길’ 걷기를 한다. 박 원장의 꾐(?)에 넘어가 지난 주말 열린 2월 행사에 기자도 참석했다.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모두 42명이 참석해 북구 용산에서 비아장터까지 1구간을 거슬러 걸었다. 영산강의 첫 다리인 용산교를 지나 갈대가 서걱대는 강을 따라 걷는 코스가 환상적이었다. 참석자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싸목싸목 3시간을 걸어 비아에 도착했다. 대보름을 앞둔 풍성한 비아 5일장을 구경하고 보리밥과 막걸리로 완주를 자축했다.
날씨가 추워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걷기를 백 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광주 둘레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이 큰 수확이다. ‘빛고을 산들길’을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제주 올레길처럼 명품길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광주 시민들이 걷고 또 걸어야 한다.
박상수 주필 ss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