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섬을 가다 27

신이 만든 섬, 복생도(卜生島)

신이 만든 섬, 복생도(卜生島) 대한민국에는 섬들이 많다. 세계 4위의 섬 보유국이다. 그 섬들은 수천년의 세월을 사람들과 함께 해온 섬들이다. 그러나 그 섬은 애환과 설움이 낭자할 뿐, 그 섬을 자랑하고 기쁨에 넘쳐 노래한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라도는 더더욱 그렇다. 금강산을 노래하는 데에는 너도나도 앞장 섰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터전인 전라도를 노래하는 데에는 모두가 인색했다. “약무호남 시무국가”가 그나마 위로를 해주지만....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신이 내린 섬’ 복생도(卜生島)가 전라도에 있다. 전라도의 섬을 노래한 것 중에 아마 최고의 찬사일 것 같다. 이름부터가 간략한 복(卜)자를 사용하고 있다. 압해도의 정(丁)씨와 더불어 성씨 중에서도 가장 짧은 획수로 사용하여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날마다 생일, 생일도

날마다 생일, 생일도 날마다 새로 태어나는 섬이 있다. 날마다 생일인 섬 생일도(生日島)이다. 전라도 완도에 소속된 면단위 섬으로서는 가장 작은 섬이다. 그러나 생일도라는 이름처럼 그 섬 안에서는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섬의 선착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생일케익이다. 그 케익에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미역과 전복이 장식되어 있다. 날마다 미역으로 생일을 축하하는 섬이다. 그러나 원래부터 생일도는 아니었다. 1454년 『고려사』에 처음 기록된 이름은 산일도(山日島)였다. 그리고 1888년 고종 25년에 생일도로 변하였다. 섬에 사는 사람들이 순박하고 갓 태어난 아이처럼 해맑다고 해서 생일도라고 했다고 한다. 키우리도 올해가 20년이 되는 해이다. 매년 ..

부활의 섬, 선유도(仙遊島)

부활의 섬, 선유도(仙遊島)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많은 사람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죽음을 당했다. 바다도 아니고 하늘도 아닌 서울 도심 골목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채 목숨을 잃었다. 마냥 슬퍼하기도 그렇다. 무어라고 위로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는다. 425년전인 1597년 10월 29일 선유도까지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이순신이 다시 목포 보화도(현 고하도)에 통제영을 설치한 날이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 대승으로 인해 그야말로 전라도 사람들은 왜구들의 분풀이 보복공격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살해당하거나 납치되었다. 독이 오른 왜구들은 곳곳에서 만행을 저질렀다. 이순신의 대승이 가져온 후폭풍이었다. 조선수군은 가진 모든 역량을 명량해전에 결집하여 승리..

전라도 역모론, 죽도(竹島)

전라도 역모론, 죽도(竹島) 벌써 글을 쓰기 시작한 지가 2년이 넘어간다. 독자들은 왜 전라도의 섬만 쓰느냐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섬의 70%가 전라도에 있으니 당연한 것이고 또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 섬은 거의 전라도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다른 섬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죽도(竹島)이다. 다케시마라고 하는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동해에 있는 섬이 아니다. 바로 전북 진안에 있는 금강 상류에 위치한 내륙에 있는 섬이다. 정감록이나 홍길동전,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섬이라고 하면 혹시나 반란을 획책하는 곳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로 섬을 보는 것이다. 강화도와 진도 그리고 완도의 역사 때문이었을 것이다. 뎃뽀(鐵砲, 조총)는 1543년 일본에 처음 전파된 ..

한많은 아리랑 고개, 금갑도

한많은 아리랑 고개- 금갑도 현재 공식지명상으로 금갑도는 없다. 1914년 토지조사사업 이전에는 존재했으나 일제에 의해 접도(接島)로 바뀐 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1446년 처음 기록된 조선 세종 때부터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로 그리고 유배지로 조그마한 섬이지만 조선왕조실록에 166번 언급될 정도로 대단한 요충지였다. 우리 키우리산악회에서도 몇 번 접도(금갑도) 산행을 한 적이 있다. 바다로 남해를 거쳐 완도를 지나 서해안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고 진도 울돌목 벽파진으로 가거나, 조도로 빠져나가는 길목의 갈림길 상에 위치하여, 인천 강화도 한양 도성으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한다. 그래서 왜적의 침입을 막고자 군사를 두어 항상 방비를 하던 곳으로 남망산(南望山)이라 불리는 망대도 설치되었고, 특히나..

새로운 희망, 오동도

오동도에서 새로운 희망을 오동도에는 오동나무가 없다. 그런데 이름은 오동나무를 지목하는 오동도(梧桐島)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손을 탄 섬이기에 반드시 그 곡절이 있을 것이다. 오동나무가 없는 섬을 왜 오동도라 했을까? 한번쯤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오동나무는 옛부터 왕(王)을 상징하는 봉황이 앉아 쉬는 나무로 알려져 있고 봉황은 아무리 쉴 곳이 없어도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질 않는다고 하여 동양에서는 귀하게 여긴 나무이다. 봉황이 날아드는 오동나무가 있는 섬, 오동도는 그야말로 중요한 섬이었다는 말이었고 그 역사가 깊다는 소리이다. 여수 주변에는 유독 봉(鳳)을 사용한 지명이 많다. 쌍봉, 비봉, 금봉, 구봉, 전봉, 봉계, 봉산, 봉황산 등등의 지명은 오동도가 있어 풍수지리적으로 안정적인 형국을 취..

안좌도

전라도를 세계적 자산으로 승화시킨 안좌도 2019년 11월 23일 홍콩에서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가장 값비싼 작품이 나왔다. 김환기 화가의 만년의 대작 (254×254㎝)가 131억 8,700만원에 팔린 것이다. 우리역사상 서양화 작품이 100억원 넘는 가격에 세계시장에서 경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인에게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던 그 그림이 『서울경제』에 의하면 현재 소장가는 글로벌세아그룹의 김웅기 회장으로 2022년 7월 12일 확인됐다고 한다. 지금까지 가장 비싸게 경매된 한국 미술품 10점 중 9점이 바로 전라도 안좌도 출신 수화 김환기(樹話 金煥基, 1913-1974)의 작품이다. 김환기는 전라도가 만들어낸 인물이다. 이유 없는 결과는 절대 없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주는 진리이다. 김환기 ..

노벨평화상, 하의도

노벨평화상, 하의도 우리에겐 꿈이었다. 특히나 전라도에서는 꿈조차 꿀 수 없는 이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라도는 그 꿈을 현실로 바꾸었다. 김대중이 해냈다. 전라도 천년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기억되어야 할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누구나 꿈꿀 수 있지만 아무나 해낼 수 없는 꿈, 인류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에게 주는 세계가 인정하는 위대한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전라도 하의도가 배출한 것이다. 사건이다. 전라도가 품은 역사와 가치가 그 빛을 발한 것이다. 김대중은 하의도의 형상이 달팽이가 기어가는 모습이라고 했다. 그가 태어난 하의도 후광리는 달팽이 촉수에 해당된다고 했다. 천천히 가지만 세상을 바라보면서 흔들리지 않고 간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연꽃이 물 위에 떠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하의라..

한반도의 고양이, 묘도

한반도의 고양이, 묘도 묘도(猫島)라는 섬이 있다. 여수와 이순신대교로 연결되어 광양으로 통하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으며, 순천왜성에 숨어있는 일본군을 격파하기 위해 조명연합수군 이순신 장군과 진린도독이 이곳 묘도에 27일간이나 진을 치고 왜구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기 위해 진주한 섬이다. 이곳 묘도에서 출정한 싸움이 임진왜란을 종결짓는 마지막 해전이었으며 이 싸움에서 이순신 장군의 헌신으로 인하여 그 이후 1910년 일제강점 때까지는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한일과의 전쟁이 아니라 한중일의 국제전쟁이었다. 바로 남해의 관음포와 묘도 사이에서 벌어진 해전이고 묘도는 순천왜성에서 나오거나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요충지였고 이 묘도를 점거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왜구들을 제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명나라의 진린도독이..

불로초 전설, 소리도

불로초 전설을 간직한 소리도 소리도는 솔개가 많이 나는 섬, 즉 여수 연도(鳶島)를 말한다. 소리개는 솔개의 우리말로, 현재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고, 전래동화나 우화에서 병아리를 채가는 솔개의 모습으로 많이 등장한다. 솔개는 천지조화의 신묘함을 말하기도 하고, 해동청 보라매, 송골매 등의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진 지능 높은 매목 수리과에 속하는 대형 맹금류이다. 매의 사육과 사냥을 관장하는 관청인 응방(鷹坊)이 1395년 설치되었고 연도라는 지명이 1396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소리도는 매와 관련된 섬임을 알 수 있다. 전라도의 섬에는 고려 때부터 말이나 소, 돼지, 사슴, 고라니 등을 사육하는 목장(牧場)이 설치되었고 또한 미역이나 해삼, 전복 등의 해산물을 구하기 위한 관청이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