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은사(泉隱寺)는 원래 이름이 감로사(甘露寺)였다고 한다.
조선 숙종 때 증건하면서 샘가에 있던 구렁이를 죽였는데 샘이 말라버렸다.
샘이 숨었다는 뜻으로 천은사로 개명했는데 그 뒤로 원인 모를 화재가 자주 일어났다.
소식을 들은 원교(円嶠) 이광사(1705∼1777)는 물이 흐르는 듯한 수체(水體)로 ‘지리산 천은사’라고 일주문을 써줬다. 이때부터 화재가 멈췄고 지금도 고요한 새벽에 귀를 기울이면 현판에서 물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물이 흐르는 듯한 수체(水體)"란 동국진체로 중국 서체를 모방하지 않고 자유분방한 해학과 여유가 담긴 우리나라 전통 서법(書法)이다. 그 동국진체를 찾아 지리산 천은사를 찾았다.
정말 멋드러지는, 귓가에 물소리가 들리는 듯한
극락보전
입구의 소나무가 장관이다. 나무가 동국진체인 것 같다.
멋진 절이다. 이광사의 멋진 글이 꾸며주는 아름다운 절... 천은사이다.
조만간 공부를 더하고 또 가야 한다. 왜 천은사에 이광사가 있을까?
그 답을 구하기 전에 애끓은 이광사의 시가 나를 울린다.
我死骨爲灰 내 죽어 내 뼈가 재가 될지라도
此恨定不捐 정녕 사라지지 않으리
我生百輪轉 내 살아 백번 三界에서 윤회하더라도
此恨應長全 이 恨 응당 오래토록 온전하리
須彌小如垤 須彌山이 다 닳아 개밋둑이 되고
黃河細如涓 黃河의 물이 다 말라 실개천이 되어도
千回葬古佛 천 번 죽어 장사지내도 古佛이 될 것이고
萬度埋上仙 만 번 죽어 파묻힌대도 上仙이 될 것이다.
天地湯成樸 天地가 변하여 太古적으로 돌아가고
日月黯如烟 日月이 어두어져 연기처럼 흐릿해져도
此恨結復結 이 恨 맺히고 다시 맺혀
彌久而彌堅 더욱 오래토록 맺혀 더욱 굳어지리라
煩惱莫破壞 이 고통 깨뜨려 부숴질 수 없고
金剛莫鑽穿 이 恨 金剛도 뚫어 부술 수 없으리
藏之成一團 이 恨 깊이 감추어 한 덩어리 되어서
吐處滿大千 토하면 三天大千에 가득하리라
我恨旣如此 내 恨이 이미 이러할진대
君恨應亦然 당신 한도 응당 이러하리라
兩恨長不散 서로의 한이 오래토록 흩어지지 않으면
必有會合緣 기필코 언젠가 다시 만날 인연 있을 것이오.
문인에게 글과 글씨를 가르쳐 선동한다는 죄목으로 전라남도 신지도(薪智島, 전라남도 완도군 신지면 금곡리)로 유배(58세)되었으며 그곳에서 일생을 마쳤다(향년73세). 이광사가 죽은 이듬해 2월 아들 형제가 선조들이 묻혀있는 경기도 장단 송남(長湍 松南) 거창지에 어머니 류씨와 동분 합장하였으며, 현재 그의 묘역이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DMZ)의 수풀 속에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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