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섬을 가다

신이 만든 섬, 복생도(卜生島)

샘물문화 2023. 2. 15. 18:31

신이 만든 섬, 복생도(卜生島)

 

대한민국에는 섬들이 많다. 세계 4위의 섬 보유국이다. 그 섬들은 수천년의 세월을 사람들과 함께 해온 섬들이다. 그러나 그 섬은 애환과 설움이 낭자할 뿐, 그 섬을 자랑하고 기쁨에 넘쳐 노래한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라도는 더더욱 그렇다. 금강산을 노래하는 데에는 너도나도 앞장 섰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터전인 전라도를 노래하는 데에는 모두가 인색했다. “약무호남 시무국가가 그나마 위로를 해주지만....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신이 내린 섬복생도(卜生島)가 전라도에 있다. 전라도의 섬을 노래한 것 중에 아마 최고의 찬사일 것 같다. 이름부터가 간략한 복()자를 사용하고 있다. 압해도의 정()씨와 더불어 성씨 중에서도 가장 짧은 획수로 사용하여 말하고 있는 것이다. 윤선도가 명명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윤선도(1587-1671)는 전라도를 노래한 최고의 가객이다.

단 한마디로 그는 전라도를 하늘이 나를 기다려 이곳에 멈추게 한 것이다라고 찬양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전라도의 섬들을 사랑했다. 병자호란(1636) 이후 전라도의 섬에 정착한 이후로 85세에 생을 마칠 때까지 그는 섬에 살았다. 전라도 보길도의 삶을 바탕으로 어부사시사를 비롯한 오우가등의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전라도의 자연을 윤선도처럼 순수하고 아름답게 극찬하는 경우는 아직까지도 없다. 많은 문장가들이 산들을 찬양하기에 바빴지만 섬을 찬양하는 경우는 없었다. 전라도, 특히나 전라도를 윤선도만큼 순수한 우리말로 아름답게 표현한 사람은 윤선도가 처음이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보면 윤선도에 대한 평은 그리 좋지 않다. 보길도라는 섬에 들어간 자체가 불순한 것으로 평하고 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아마 생명을 부지하지 못했을 것이지만 조선 임금(효종)의 사부(師傅)였기에 또한 가능한 면도 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조선시대까지 외적의 침입이 있었을 때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효과를 본 전략이 청야공도(淸野空島)이다. 온 들판이나 논밭에서 먹을 것을 모조리 없애고, 섬을 비워 사람이 살 수 없게 만들어 적이 지쳐 스스로 물러나게 만드는 전략(戰略)이다. 외적의 침입이 있을 때 항상 그랬다. 그래서 왜구의 침입이 있을 때에는 섬을 비웠다. 사람이 살지 못하게 섬을 만들었다. 섬에 몰래 잠입하여 살려는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처벌하였다. 특히나 임진왜란 이후에는 섬이 안전한 곳으로 인정받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섬으로 들어왔다. 이른바 입도조라고 섬의 역사를 쓴 사람들 거개가 임진왜란 이후의 일이다.

그러나 윤선도는 이러한 전략에 적극 반대했다. 섬에 사람이 살아야 방어가 되고 또한 왜적을 물리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윤선도가 흔적을 남긴 섬은 보길도만이 아니다. 노화도, 금호도, 맹골도 등 전라도 섬들을 간척하거나 개간하는 등 수많은 곳에 수많은 노력들을 했다. 그리고 전라도 섬사람들과 어울려 낚시를 즐기고 자연을 즐겼다.

 

천석이 절승하여 귀신이 깍아세운 듯 하니 인간세상의 이목으로는 일찍이 듣도 보도 못한 곳이다.”

 

그야말로 멋진 표현이다. 전라도의 섬에 대한 최고의 찬사이다. 귀신이 만든 섬이란다. 그 섬에서 낚시를 즐기면서 자주 가던 곳이 있다. 바로 복생도이다. 귀신이 만든 섬이란 뜻이다. 높이는 73m에 지나지 않지만 보는 방향에 따라서 그 모습을 달리한다. 그래서 보는 방향에 따라서 달리 부른다. 보길도 옆 소안도에서 보았을 때에는 등받이 의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의자바위라고 한다. 그러나 보길도 고산이 살았던 부용동 격자봉에서 보았을 때에는 벼슬아치들의 모자인 탕건처럼 생겼다고 해서 탕건바위라고 한다.

탕건, 하늘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바로 탕건이다. 탕건바위라고도 하고 의자바위라고도 한 복생도, 그것은 윤선도에 있어서는 하늘과 자신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로 여기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다. 그래서 그 섬을 한번 가보고자 했다. 그러나 가는 배는 없다. 보길도에서 낚시배를 빌려타고 가보는 수밖에 없다. 또한 섬에 상륙할 수도 없다. 워낙 파도가 거칠기도 하지만 섬 전체가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보전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하여 특정도서로 지정되어 있다. 배로 한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카메라만 자유스럽게 누를 수 있었지만 날씨가 흐려 그렇게 좋은 사진을 얻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영광이다. 돈은 많이 들었지만 신이 내린 섬이란 곳을 와보았으니 만족한다.

 

 

전라도에서 살면서, 또한 보길도 부용동에서 살면서 배운 것을 효종에게 상소한다. 첫째가 외천(畏天)이다. 즉 하늘을 두려워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파붕당(破朋黨) 해야 한다고 간곡히 요청한다. 그러나 파붕당할 수 없는, 곧 진영논리가 판치는 곳에서 그는 설 땅이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가 왜 전라도를, 그것도 섬을 죽도록 사랑했는가 하는 해답을 복생도를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서울 태생이다. 서울 대학로에 그의 생가터가 있다. 그러나 그는 전라도에 자신을 묻었다. 지금도 전라도에 있다. 죽음을 불사하고 그는 전라도를 지켰고 또한 섬들을 지켜냈다. 아직도 신원되지 못하고 있는 정철의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현장이 올바로 고쳐지기를 바라고 있지 않을까?

 

728x90

'대한민국 섬을 가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마다 생일, 생일도  (0) 2023.02.15
부활의 섬, 선유도(仙遊島)  (0) 2023.02.15
전라도 역모론, 죽도(竹島)  (0) 2023.01.30
한많은 아리랑 고개, 금갑도  (1) 2022.10.25
새로운 희망, 오동도  (0) 2022.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