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의 대화

정성택- 전남대학교 총장

샘물문화 2021. 3. 30. 08:50

정성택 전남대학교 총장

 

더 강하게 더 품격있게

 

전남대학교는 지역을 넘어 국가의 거점대학으로 자리잡고 있다. 100년을 훌쩍 넘긴 역사와 전통에 걸맞게 진리를 탐구하고 과학의 진보를 추구하며 지식과 지혜를 켜켜이 쌓아왔다. 세계 어느 대학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줄곧 민주, 인권, 정의, 그리고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사랑해 왔다. 2달여 전 취임한 정성택 전남대 총장을 만났다.

 

전남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한 지 2개월여가 지났다. 향후 어떤 대학의 모습을 지향하고 있는지?

당당하고 자유로운 전남대인을 지향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더 강하게, 더 품격있게나아갈 것을 모든 대학 구성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자부심 가득한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전공을 통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전문지식을 갖춰 나간다면 어디에서나 당당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전남대학교는 인류에게 필요로 하는 110개의 전공학문을 지니고 있다. 우리 대학이 민주, 인권, 정의라는 보편적 인류가치를 지키는데 앞장선 배경에는 이같은 학문의 다양성에서 나온 신념과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전남대인은 또한 자유로워져야 한다. 지식과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기술문명의 발달이 급속히 이뤄지면서 고유의 가치관마저 흔들리는 혼돈과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그러나 인류의 모든 체제나 이념, 학문의 근간은 사람을 가치의 중심에 두고 있다. 저는 우리 전남대인들이 공공의 선을 추구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정체성을 확고히 해서 결코 흔들리지 않는 영혼의 자유로움을 갖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전남대는 지금도 강하고 품격이 있지만, 과거의 위상과 영향력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사회적 변화와 지식의 확산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따른 변화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옛 영광과 명예를 되찾기 위해 더 강하게, 더 품격있게나아가고자 한다.

 

대학의 경쟁이 치열하다. 전남대학교의 경쟁력을 꼽는다면?

전남대는 광주자혜의원(1910), 도립광주농림학교(1911), 여수공립간이수산학교(1917)로부터 100년을 훌쩍 넘긴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다. 단순한 자랑거리가 아니다. 그 긴 세월 동안 진리를 탐구하고 과학의 진보를 추구하며 지식과 지혜를 켜켜이 쌓아왔다. 세계 어느 대학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줄곧 민주, 인권, 정의, 그리고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사랑해 왔다.

또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전공학문을 무려 100여 개나 지닌 손꼽히는 국가거점대학이다. 17개 단과대학, 11개 대학원, 73개 연구소가 함께 하고 있다. 어린이집에서부터 초---대학, 그리고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하는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생애 전주기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미래지향적 학사행정을 선도하고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금융, 미래에너지, 로봇공학 등 모집정원이 없는 융합전공을 선도적으로 개설했다. 뒤늦게 교육부가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고 정원 없는 전공 모집을 제도적으로 허용해 줄 정도로 앞서가는 대학이다. 미래에 필요한 전공과 교과목도 속속 개설해 나가고 있다. 특히 여수캠퍼스는 석유화학소재공학과, 스마트수산자원관리학과, 헬스케어메디컬공학부 등 지역산업을 4차 산업혁명시대 기술과 접목시켜 특성화해 나갈 수 있도록 관련 학과를 신설했다. 앞으로도 융복합교과와 전공 등 미래시대에 필요한 학문의 발굴과 인재 양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독보적인 지위도 강점이다. 전남대는 전국 400개 대학 가운데 비수도권 대학으로서는 유일하게 연구비 수주 10위 안에 든다. 앞으로도 아이템 발굴에서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연구의 전 주기를 두텁게 지원해 연구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글로벌 대학으로서의 전남대학교를 소개한다면?

최근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QS가 전 세계 약 1,500개 대학과 기관의 최근 5개년 실적을 대상으로 학문분야별 세부과목의 랭킹을 발표했는데, 전남대는 농업임학, 재료과학이 각각 201~250위 안에 포함됐고, 화학공학이 351~400위 안에 들었다. 학계나 졸업생들의 평판 등 주관적 요소에 의해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더 높은 평가를 받긴 어려웠지만, 논문 피인용지수 등 객관적 지표에서는 확실히 비교우위에 있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학이 발표한 세계대학 학술순위에서 1,000위에 포함된 국내 대학이 단 32개 지나지 않았다. 전남대가 501~600위로 올라선 것은 그만큼 학술연구역량의 국제경쟁력이 이 높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남대는 61개국 557개 대학과 교류하고 있다. 단순히 업무협약만 체결한 서류상의 관계가 아니다. 이중 약 50개 해외대학 총장님들이 제 취임을 축하해 주는 영상과 함께 교류확대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내올 정도이고, 중국 온주의과대학과는 코로나19에 방역용품을 지원해주며 공동 대응할 정도로 연대감이 높다.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1,700여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특히 이 중에는 800명에 육박할 만큼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들이 많다는 것도 글로벌 대학으로서의 면모를 확인시켜 준다. 이들 중 중국, 베트남 등 일부 유학생들은 자국의 최고 국립대학에 교수로 임용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을 만큼 교육성과도 뚜렷하다.

 

학령인구의 감소가 심상치 않다. 전남대도 올해 사상 처음으로 정원에 미달해 큰 충격을 주고 있는데 향후 대책이 있다면?

올해 우리 대학은 무려 140명의 미충원이 발생했다. 다른 거점국립대학들도 하나같이 모집정원 미달로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더 작은 대학들은 말할 것도 없을 지경이다. 앞으로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전남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학습자가 필요로 하는 학문을 제공하려고 한다. 우리는 이미 AI융합대학을 개설한데 이어, 6개 첨단분야 학과를 신설했다. 조기취업형계약학과도 만들고, 여수와 광주에 산학융합캠퍼스를 열어 현장밀착형 인재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공동학위제도 추진 중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유수의 대학들과 온라인 복수 학위공동학위 과정을 개설해야 한다.

온라인 시대에 맞게 원격 공동수업도 늘려가겠다. 전남대는 이미 거점국립대들과 19개 교과목을 공동원격수업으로 운영하고 있고, 서해안권 대학들과 6개 교과목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또 연세대, 포항공대 등 사립대를 포함한 전국 9개 대학과도 현재 4과목의 원격수업을 함께 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정책적인 면에서는 대학의 자율성이 확대돼야 한다. 지나친 규제와 제약은 대학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천편일률적인 지식전달기관으로 전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선의의 경쟁 속에 역할과 기능을 분담하는 구조로의 재편이 뒤따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좋은 직장, 좋은 근무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코로나19로 대학도 비상이다. 전남대는 올해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입생들은 기대했던 대학생활을 만끽할 수 없는 형편이다. 많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다.

올해는 강의 진행을 화상과 동영상을 이용한 비대면 수업 2시간 원격수업 후 1시간 대면수업 등의 혼합수업 실험실습 등 불가피한 소수 대면 강의 등을 상황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또 질의응답과 토론 등 교수-학습 상호작용을 유도해 원격수업의 약점까지 보완하도록 했다. 수업의 질도 적극 관리해 나가고자 한다. 원격수업운영위원회를 구성해서, 제작한 지 3년이 넘은 모든 수업 콘텐츠는 평가를 받도록 했다. 학생들의 수업평가도 2회로 늘렸다.

교원들의 교육 콘텐츠 품질 향상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학내에 ‘e스튜디오를 설치해서 고품질의 영상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콜센터 운영을 통해 원격수업에 대한 학생과 교원들의 애로사항에 즉각 대응해 나가고, 수시로 관련 교육과 홍보를 진행하면서 전체 온라인 원격강의 환경이 안정화돼 가는 모습이다.

 

지역민과 학부모 및 지역기업인들에게 한 말씀해 주신다면?

예전에는 대학이 굉장히 안정된 환경 속에서 운영돼 왔다. 자율성도 컸기 때문에, 창의적인 학술활동이 활발했다. 또 교육과 연구에만 집중하는 것으로도 그 권위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도 자본주의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구조 속에 놓여있다. 전남대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들이 겪고 있는 고충이다. 그런데다 대학의 교육환경은 여전히 열악하고, 갈수록 노후화해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이면 전남대학교가 개교 70주년을 맞는다. 오랜 전통과 자랑스러운 역사를 정리하는 기회이자, 다가올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에 나설 시점이다.

그래서 올해는 우선, 대학 구성원들의 의지가 담긴 전남대학교 100년 청사진을 마련하겠다. 미래전략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미래전략정책실을 중심으로 섬세하고 세밀한 로드맵을 제시하고자 한다.

전남대학교는 지역민과 학부모, 지역기업과 독지가들의 사랑 속에 성장해 왔다. 지역발전을 이끄는 거점국립대학이자, 국가균형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지역을 세계로 이끄는 글로벌 대학이다. 진리(眞理)를 추구하고, 새로움을 창조(創造)하며, 인류에 봉사(奉仕)하는 69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변함없는 사랑과 성원을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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