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섬을 가다

완도 주도

샘물문화 2022. 7. 26. 16:01

 

섬은 왠지 외롭게 느껴진다. 어딘가 고독하고 쓸쓸하며 소외되고 낙후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육지에 사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일 것 같다. 그러나 한반도에서의 섬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이상의 세계를 펼친 곳이었다. 특히나 전라도의 섬은 더더욱 그렇다.

섬이 아니면 우리 역사를 이야기할 수도 없을 정도로 섬은 그야말로 새로운 이상을 꿈꾸는 숨겨진 장소로 섬은 존재했다. 고려시대 몽골이 침략했을 때에 강화도로 천도하여 무려 35년 동안이나 버티며 고려왕조를 유지했다. 그 이후로 섬의 가치가 급부상했다. 홍길동전에 나오는 율도국이나 전우치전에 나오는 태인도나 임꺽정전에 나오는 완도나 삼별초항몽전쟁에 나오는 오랑국 진도를 보면 섬이 역사의 중심에 서고 있다.

섬은 권력에서 멀어진 사람들이나 범죄자들의 유배지가 아니라 우리를 지켜준 삶의 근거로서 기능했던 것이다. 섬이 가진 가치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몰라도 너무나 모르고 있다. 특히나 전라도의 섬이 가진 가치를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섬놈, 뱃놈, 갯놈이라고 무시하고 하대하던 신분계급적 노예질서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섬은 정말 역사에서 중요하게 기능했다. 특히 전라도의 섬인 완도는 더욱 그렇다. 그 중 완도 주도를 말하고 싶다. 완도도 섬이지만 주도는 바로 완도항에 근접해 있는 무인도로 완도읍을 상징하는 섬이다. 하늘에서 보면 섬 전체가 하트모양으로 되어 있어 전라도의 마음을 전하고 있는 것 같다. 작은 섬이지만 애국애족의 시발점이라고 필자는 주장하고 싶다.

완도 주도! 사대부 양반들의 근거이론으로 발전해버린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주도는 다섯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다투는 형국이라고 해서 주도(珠島)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도는 용이 다투는 형국이 아니라 애국애족의 인류보편적 가치를 실현한 상징으로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발전시켜야 할 섬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첫째로 주도는 장보고의 청해진제국의 중심지였고, 청해(淸海)라는 이념을 구현한 장소였다. , 신라골품제라는 자국민이 자국민을 노예로 삼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세계최악의 제도하에서 신음하던 노비(奴婢)를 해방시켜 인류보편적 가치를 구현하고자 노력했던 세계최초로 인간해방을 부르짖은 지역이었다. 사람이 경쟁력이다는 것을 실증해낸 위대한 인간중심 사상으로 한중일을 아우르는 세계경제 상업제국의 중심지로 부상했던 것이다. 지금 우리가 나아갈 길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제국을 지켜본 섬이 바로 주도이다.

 

1583년 완도에서 제작된 가리포상 이혈총통

둘째로 주도는 인류가 개발해던 화약소총(Rifle)으로 인하여 세계최초로 대량학살이 자행되었던 세계문화유산 지역인 것이다. 1543년 일본에 포르투갈에서 개인소총이 전해지고, 이를 대량생산한 일본은 1555년 완도 가리포에 그 총을 들고 침략한다. 가리포왜변, 즉 을묘왜변이다. 이른바 조총이라고 하는 개인소총에 의하여 세계최초로 600명에 이르는 가리포 사람들이 대량학살 당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피를 흘릴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은 살해당했다고 그 때의 참상을 전하고 있다. 주도를 중심으로 한 부근의 가리포성에서 자행되었다. 당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은 사라졌지만 그 때 있었던 느티나무가 지금도 완도군청 앞에 살아 있다.

 

 

셋째로 참혹한 대량학살을 겪은 완도사람들은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일본에서 전래된 조총을 연구하고 개량하여 가리포(완도)에서 1583년 가리포상 이혈총통이라는 개인용 소총을 만들어낸 것이다. 아마도 총기에 제작지가 분명하게 찍힌 우리나라 최초의 소총이다. 또한 더욱 발전시켜 조선시대 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는 대장군전을 만들어 발사했다. 가리포상 대장군전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이 사용했던 무기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총과 미사일이 만들어진 곳이 완도이지만 우리는 모르고 있다. 아니 감추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완도 주도는 말없이 그 역사를 묵묵히 지켜보았을 것이다.

넷째로 완도 주도는 신분제 질서의 최하층민 임꺽정의 아픔을 품어주었던 섬이다. 임꺽정이 황해도에서 완도까지 내려와 목숨을 걸고 왜구들과 싸웠던 당시 같이 했던 배돌석이라는 돌팔매질의 대가가 완도 주도에 돌을 쌓아놓고 왜구들의 접근을 막았다는 섬이다. 지금도 당시 배돌석이 쌓아놓았던 돌무더기가 주도에 있다고 한다. 어떻게든 백정이라는 신분제 질서에서 무시당하고 아파했던 이들이 벗어날 수 있는 방안으로 참여하여, 개인소총에 의한 무자비한 세계최초의 대량학살에 분개한 임꺽정과 배돌석의 생생한 활동상이 그대로 살아 흐르고 있는 애국애족의 섬이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인류보편적 가치를 드높이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명되어야 할 위대한 섬이 바로 우리 전라도 완도에 있다.

말없이 묵묵히 한반도 남단 끝에서 사랑의 하트 모양으로 우리를 지켜보는 섬이 완도 주도이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 사계절 푸르름을 간직한 상록수림으로 덮여 있다. 사진에서 보듯 10월의 주도는 푸르게 더욱 아름답다.

완도에 가시거든 꼭 주도를 보면서 주도가 가진 가치에 공감을 표한다면 여행을 한 값어치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라도의 대표 섬으로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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