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의 제일절경 백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다. 배가 불러야 제 모습의 풍광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백도가 그렇다. 그냥 흔하고 흔한 섬일 수도 있으나 백도가 어장을 형성하여 근처 어민들의 배를 불려주기에 신령한 섬으로 대접받고 있다.
또한 백도는 거문도를 찾는 사람들이 거의 필수적으로 찾는 관광지가 되고 있다. 1979년 국가명승 제7호로 지정된 백도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던 섬이었으나 사람들의 분별없는 이용이 천혜의 자원을 가진 무인도인 백도의 자연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자 2001년부터 출입이 금지되었다. 지금은 멀리서 바라볼 뿐 허가받지 않으면 아무도 상륙할 수 없게 되었다. 아득한 수평선만 보이는 넓은 바다에 하얗게 빛나는 백도만이 존재할 뿐 여기에서 육지는 아득하게 느껴졌다.
남해바다의 맑디맑은 청정해역에 위치하고 있는 백도는 행정구역상 여수시 삼산면 거문리에 해당하는 섬으로,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28㎞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된 무인도로서, 거문도 권역에 속하는 섬이다. 따라서 백도에 가려면 거문도로 가야 한다. 거문도행 여객선은 전라남도 여수(나로도 경유)와 고흥 녹동항에서 출항한다. 거문도항에 도착한 다음 백도행 유람선으로 갈아타고 1시간여를 달리면 나오는 섬으로 여수와 제주도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이처럼 서로 연계되어 있는 거문도와 백도는 마치 흑산도와 홍도, 울릉도와 독도처럼 한 쌍을 이루는 섬이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각종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뤄 남해안 최대 절경지로 꼽히고 있으며 특히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를 비롯해 30여종의 조류들과 풍란, 눈향나무, 동백 등 353종의 식물, 170여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아니 꼭 한 번은 반드시 가봐야 할 곳으로 생각하는 섬이 되었다.
또한 백도는 상백도와 하백도로 나뉘어지는데 일제는 일본을 기준으로 상백도와 하백도로 했다가 해방도 한참 지난 후인 1990년 다시 서울을 기준으로 정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말 장관이다. 멋진 정말 엄청난 바위의 연속이다. 신이 빚은 작품이라고 해도 부정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입이 딱 벌어진다.
멋진 풍광만이 아니다. 이 백도 부근은 황금어장이다. 멸치 및 갈치, 삼치 등이 엄청나게 잡혀 어민들을 먹여 살리는 노다지인 것이다. 일본도 탐내는 황금어장이었다. 동도, 서도, 왜도(倭島)라고 불릴 정도로 일본인 어민들이 몰려들었다. 거문도 왜도에는 일제 신사까지 설치되어 일본인의 풍어와 안전을 기원했다고 한다. 또한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도 ‘해밀턴’이라고 부르며 거문도와 백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였다.
왜구의 침입으로 온 조선사회가 청야공도(淸野空島) 정책으로 인하여 남해안의 섬들이 피폐해졌지만 거문도와 백도만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래서 지금 초등학교 6학년 음악교과서에 ‘거문도 뱃노래’가 실려 있다. 거문도와 백도 어장에서 풍어를 누리고 살았던 사람들이 불렀던 노래가 전라남도 지방무형문화재 제1호로 등록되고 공동체의 연대의식을 강조하는 협동의 노래로서 거문도뱃노래가 한국을 대표하고 있는 것이다.
어야 디야/어야 디야/어기영차 어서 가세/어야 디야/가자 가자 어서 가자/어야 디야/어장터로 어서 가세/어야 디야/어기여차 뒤여/어기여차 뒤여
어야 디야/어야 디야/앞산은 점점 가까워지고/어야 디야/뒷산은 점점 멀어만 가네/어야 디야/여보소 노를 힘차게 젓소/어야 디야/어기여차 뒤여/어기여차 뒤여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거문도뱃노래 가사이다. 공동체의 연대의식이 빛을 발하고 있다. 거문도와 백도 사이의 황금어장에 통해 주민들이 화합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혼자서가 아니라 모두가 힘을 합하여 고기를 잡아 잘살아보자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수시에는 매년 8월이면 거문도-백도 은빛바다축제를 열고 있다. 백도가 더욱 아름답고 우람하며 남해안을 지키는 신령스런 섬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거문도뱃노래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살기 좋은 곳’이란 표현이다. 살기 좋은 곳에서 사는 사람은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 자기존중이 없이 어찌 타인과 자연에 대한 배려가 있겠는가? 백도가 말하고 보여주고 있는 것은 자기존중에서 나온 공동체 유대감이 강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당당하게 전해지고, 지켜지고 있고 거센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의 당당한 섬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