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섬을 가다

사도

샘물문화 2022. 9. 25. 14:00

 

천연기념물 사도

 

새벽에 나섰다. 여수 사도(沙島)를 가기 위해서다. 하루 3차례 운항하는 첫배를 타야 당일치기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섬여행이 그래서 어렵다. 어떤 때는 안개 때문에, 혹은 태풍 때문에 발이 묶이거나 일정이 갑자기 변경되는 일이 다반사다. 그래도 전라도의 섬을 다니다 보니 정말 사도는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도는 정말 작은 섬이다. 그 작은 섬이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434호이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인 섬, 그 섬에는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다. 그래서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꼭두새벽에 광주에서 출발하였다. 지금은 여수의 많은 섬들이 다리로 연결되어 언제든지 섬을 둘러볼 수 있게 되었고, 사도도 연결하려면 할 수 있지만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과 문화재로 지정되어 연륙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배를 타야 한다.

 

 

여수 백야도 선착장을 출발한 배는 1시간의 달림 끝에 사도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린 사람은 나 혼자뿐이다. 배에서 내린 나를 마중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커다란 공룡상이 나를 맞이할 뿐이다.

터벅터벅 섬 안쪽으로 걸어들어가자 내 나이또래의 한 남자가 나를 불러세운다. “뭐하러 왔소?” 묻는다. 사도에 대한 글을 쓰고자 알아보러 왔다 하니 갑자기 반갑게 대한다. “나는 여기 이장이요! 글을 써서 사도를 널리 알려주면 내가 크게 판넬을 만들어 여기에 걸어놓겠소!” 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어야 사람들이 살제, 많이 찾아주게 만들어주면 좋지요! 안그라요!” 하면서 섬에 대한 안내를 한다.

그랑깨 사도는 모래섬이어서 지대가 낮아 태풍이 불면 사람이 살 수가 없당께~ 1957년 사라호 태풍 때 마을이 난리났제. 거의 없어져 버렸제, 그 이후로 사람들이 육지로 나가고 그래서 섬에 사람이 얼마 없어, 그라고 태풍이 불면 지금도 바닷물에 침수되어 농사도 안되고 그라니 사람들이 섬에 살 수가 없어, 그래도 없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살제. 어디 가것어? 돌담장을 높이 쌓아놓고 어떻게라도 살아볼라고 하제, 이 마을의 돌담장도 명물이여~ 다 살아보려는 사도 섬사람들의 발버둥이제, 근디 이제는 그것이 문화재라고 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보러 오고(실제로 전라남도 등록문화재 제367호로 지정되어 있다), 근데 태풍 덕분에 여기서 공룡발자국이 수없이 발견되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니 주민들도 이제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안와! 아직 홍보가 부족해서. 많은 사람들이 사도를 홍보해야 하는디.”

사도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으니 찾아오게 만들려면 홍보를 해야 한다는 말을 당부한다. 그래서 약속했다. 글을 써서 사도를 반드시 홍보하겠다고! 당시에는 모언론에 섬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을 때였고 일신상의 사유로 인하여 연재를 중단했다. 그러다가 이제야 글을 쓴다. 언제 사도에 대한 글을 쓰나 망설이다가 그 이장님과의 약속은 공수표가 될 뻔했다. 산학협동인포지가 없었다면 약속을 못 지킬뻔 했다. 이렇게나마 글을 써서 그나마 약속을 조금이나마 지킬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 약속이 마음에 걸려 부근 낭도에 가서 드론을 날려 사도를 촬영하여 마음의 위로를 삼아보려고도 했다.

 

 

우리나라 최대의 공룡발자국이 있는 사도이다. 그야말로 사도에 들어가면 공룡발자국을 쉽게 발견할 수가 있다. 노력할 필요도 없다. 온통 공룡발자국 투성이다. 오랫동안의 퇴적층이 쌓여 공룡발자국을 담고 그 두께가 100미터 이상이라고 한다. 해안가에 노출된 공룡발자국들은 극히 일부분이며 수많은 공룡발자국을 품고 있는 지역이다. 사도와 낭도, 추도, 목도, 적금도 등 인근 5개 섬지역에서 발견된 중생대 백악기의 공룡발자국이 3,800점이나 산재되어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공룡유적지로 2003년 천연기념물 제434호로 지정되었다. 이장님의 설명을 듣고 혼자서 서서히 안으로 들어간다.

안내판이 친절하게 세워져 있다. 그리고 바닷가 바위로 들어서니 온통 공룡발자국이다. ~ 탄성이 절로 나온다. 공룡에 대해 모르지만 여기저기 퇴적암 바위층에 새겨져 있는 공룡발자국을 찾아 사진을 찍는 재미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몰랐다. 특히나 사도의 공룡발자국은 육식공룡의 발자국들이다. 세계적으로도 육식공룡 발자국은 드물다. 그런데 사도에서는 육식공룡과 초식공룡 발자국이 골고루 발견되고 있다. 앞발을 들고 뒷발만으로 걷는 조각류, 육식동물인 수각류, 목이 긴 초식동물인 용각류 등이 백악기로의 여행을 현실로 보여주고 있는 섬이다.

 

 

공룡과 함께 존재했던 거대한 나무의 화석이 있는 토끼섬을 둘러보고 파도치는 바닷가의 바위에 앉아 머나먼 수평선의 끝없는 허공을 바라보는 멍때림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누구도 의식치 않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만의 힐링을 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섬이라는 것을 섬을 갔다온 후에야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앞의 섬 끝이 고흥 나로도 우주발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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