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타쓰! 소모도
요타쓰? 무슨 말일까? 그 뜻을 말해주기 전까지는 누구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풀어 말하면 요트 타고 쓰레기 주우러 가자는 소리를 줄여 요타쓰라고 한다. 영어로는 비치코밍(beach combing)을 ‘요타쓰’라고 완도에서는 말하고 있었다.
완도에서 연락이 왔다. 요타쓰 하자고 한다. 요트를 타고 소모도에 가서 쓰레기를 줍는데 같이 하자고 한다. 좋은 기회였다. 무조건 좋다고 했다. 소모도는 작은 섬이다. 주민도 겨우 20여명에 불과하다. 주변의 바다가 깊고 해류가 강해 다른 섬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양식장이나 해조류를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없는 적막한 섬이 되어버렸다.
그런 소모도에 쓰레기를 주으러 간다니 의아하기도 했다. 그래도 완도 현지에 사시는 분들의 결정이니 무슨 이유가 있을 것 같아 따라나선 것이다. 완도항을 출발하여 1시간여의 항해 끝에 소모도에 도착했다. 소안도와 청산도의 사이에 위치한 작은 섬인데 섬 자체에는 쓰레기 발생원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내가 소모도에 도착하여 본 해안은 그야말로 온갖 부유물로 뒤덮여진 쓰레기천국이었다.
도저히 치울 엄두가 안난다. 온갖 폐어구에 스티로폼, 일본과 중국에서 흘러온 해양 폐프라스틱 등이 대형의 커다란 것에서부터 아주 잘게 부서져 줍기도 힘든 작은 것까지 온통 소모도의 해안을 뒤덮고 있었다. 그러니 섬에 사시는 연로하신 주민들은 치울 엄두를 못내는 것이다. 치우고 싶어도 치울 수 없는, 외부의 도움 없이는 제거할 수 없는 환경이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소모도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바닷가 해안절벽 지역으로 향했다.
섬주민들이 접근하기도 힘든 해안절벽 아래 소모도에서 본 현장은 그야말로 국제적인 해양쓰레기 전시장이었다. 해안가 구석구석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일본쓰레기, 중국쓰레기, 국적을 알 수 없는 온갖 쓰레기들이 처박혀 있었다. 미세하게 분리된 석유화학제품들의 조각들이 바위틈 구석구석, 모랫바닥 깊숙이 파묻혀 쓰레기가 없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파도에 잘게 부서진 스티로폼은 바닷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우리와 같이 몇 명이 요트를 타고 와서 해양쓰레기를 줍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도 분명했다. 오늘 주워 해안을 깨끗이 한다고 해도 내일이면 다국적 쓰레기들이 바다를 타고 다시 몰려들 것이 뻔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어디서부터 해결책을 찾아야 할까 답이 얼른 보이지 않는다. 우리만 안 버린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지금 주워서 쓰레기를 치운다고 해도 내일이면 다국적쓰레기들이 해안가를 다시 덮을 것이니 쉬운 문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런 점을 알면서도 요타쓰를 하자는 완도사회혁신네트워크 회원들의 뜻은 많은 사람들에게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자는 것이었다. 해양쓰레기를 줄이는데 모두의 공감대를 넓히자는 의미인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해결책을 찾자는 것이었다. 오늘 쓰레기를 줍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것을 인식하자는 것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묵묵히 쓰레기를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쓰레기를 소형 요트의 접근도 쉽지 않는 해안절벽가에서 사람이 직접 바다에 뛰어들어 쓰레기를 요트까지 옮기고 다시 그것을 완도로 가져왔다. 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활용(upcycle)하기 위해서다. 소모도 해안을 뒤덮은 해양쓰레기가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장보고공원의 고래로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해양쓰레기를 재활용(recycle)하고 새활용하여 새로운 문제해결방안으로 고안한 것이 비치코밍이고 완도에서는 ‘요타쓰’였다. 청정한 바다를 이루기 위한 그리고 우리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닌 국제적인 공감대를 이루기 위한 출발점으로 ‘요타쓰’를 내걸고 있다.
해양쓰레기는 심각한 문제이다. 전세계적으로 1인당 연간 42kg을 소비하는 값싸고 편리하고 내구성이 우수한 프라스틱이지만 문제는 적절한 처리방법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프라스틱의 재활용률은 아직도 5%에 불과하다. 그러니 프라스틱 쓰레기가 썩지도 않고 넘쳐나는 것이다.
특히나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프라스틱 해양쓰레기가 잘게 부서져 나노입자 프라스틱이 되어 환경호르몬 물질로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한 개인이나 국가가 질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져야 하는 것이다. 현재 인류 모두가 처해 있는 보편적 환경인 것이다. 특히나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해양쓰레기를 배출하는 중국 옆에 살고 있다. 우리의 서남해안이 중국에서 밀려든 쓰레기에 점령되지 않도록 국제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먹거리 즉 생명권을 안전하게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완도는 절박하다. 특히나 일본이 핵폐기물을 방류하면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한반도의 입장에서는 생명의 문제와 직결되고 있다.
그래서 돈 있는 사람들만 타고, 고급레저활동을 한다고 생각하는 값비싼 요트(yacht)를 타고 쓰레기를 줍는다는 발상이 멋지다. 많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접근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큰 배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그리고 주민들조차 접근하기 힘든 바닷가 절벽 틈에 박힌 다국적 해양쓰레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 및 청정바다를 만들기 위한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교육적, 홍보적 차원에서 소모도에서부터 시작된 완도사회혁신네트워크의 ‘요타쓰’는 지금도 진행 중이며 나아가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아 세계적인 운동으로 발전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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