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섬을 가다

한반도의 고양이, 묘도

샘물문화 2022. 10. 14. 12:58

 

한반도의 고양이, 묘도

 

묘도(猫島)라는 섬이 있다. 여수와 이순신대교로 연결되어 광양으로 통하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으며, 순천왜성에 숨어있는 일본군을 격파하기 위해 조명연합수군 이순신 장군과 진린도독이 이곳 묘도에 27일간이나 진을 치고 왜구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기 위해 진주한 섬이다. 이곳 묘도에서 출정한 싸움이 임진왜란을 종결짓는 마지막 해전이었으며 이 싸움에서 이순신 장군의 헌신으로 인하여 그 이후 1910년 일제강점 때까지는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한일과의 전쟁이 아니라 한중일의 국제전쟁이었다. 바로 남해의 관음포와 묘도 사이에서 벌어진 해전이고 묘도는 순천왜성에서 나오거나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요충지였고 이 묘도를 점거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왜구들을 제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명나라의 진린도독이 참전하여 일본 왜구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한 곳이다. 그래서 진주한 진린도독을 기리기 위해 지금까지도 도독마을이라고 부르고 있다. 또한 유일하게 이 도독마을에서는 진린장군의 석고상을 마을 앞 해안에 설치하여 이곳이 진린도독이 진주하여 일본을 물리친 곳임을 자랑하고 있으며 마을 골목에 벽화를 그려 그 때의 승리를 기억하게 하고 있다.

 

 

 

필자는 운 좋게도 묘도를 방문하면서 중국 광동성 운부시 운안구 인민정부 탁초명(卓超明) 국영방송국 국장 일행과 동행할 기회를 가졌다. 광동성 운부시는 바로 진린도독의 고향이다. 중국에서 해외에 처음 수군을 파병한 곳이기도 하고 또한 그 후손들이 다시 건너와 지금까지도 광동진씨를 이름으로 살고 있기도 하다. 2014년 중국 시진핑 주석이 이러한 진린도독과 이순신을 언급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기폭제가 되어 한국과 중국 양국에서 상호교류하며 또한 상호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는 중국의 굴기(崛起)라는 측면도 있지만 역사 그 자체의 해석을 바라는 입장도 분명히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

중국 광동성 운부시 방송국장이 왜 한국에 촬영팀을 이끌고 왔을까 대단히 궁금하여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그들과 거의 1주일을 동행했다. 완도와 해남, 여수와 남해를 거치면서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진린로드를 같이 걷는 기회가 된 것이다. 왜 지금 중국과의 관계에서 진린이 다시 언급되는 것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며 또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전라도를 새삼스럽게 되돌아볼 수 있었다.

중국촬영팀이 가진 첫 번째 의문은 왜 완도 고금도에 조명연합수군기지를 세웠는지를 궁금해 했다. 중국이 한국을 돕는다고 나선 첫 번째가 임진왜란이고 또한 수군을 동원하여 일본군을 직접 격퇴한 것은 진린이 처음이다. 그런데 왜 전라도일까?

먼저 말한 것이 전라도 사람들이 가진 탁월한 능력 때문이라 했다. 바다와 물길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또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나 명량해전에서 일본군을 격파한 이순신 밑으로 물길과 뱃길을 아는 전라도의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육지에서는 생명을 보장할 수 없지만 바다로 가면 이순신이 있고 나아가 명나라의 진린 원병까지 도착하니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왜구를 물리치고자 나섰던 것이다. 조선 정부에서도 강력하게 권하는 사안이었다. 왜구들에게 복수하는 길이라고 했다. 따라서 이러한 후원 덕분에 조선 수군은 진영을 재빨리 정비할 수 있었고 나아가 명나라 원군을 얻어 묘도까지 진출하여 조선을 구해내고 일본 왜구를 축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국 취재팀과 같이 하면서 만난 묘도 주민들은 묘도에 도독마을이 있음에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 땅을 지켜냈다는 묘도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고 한다. 다만 이렇게 중요한 지역임에도 경상도 남해는 엄청나게 투자하여 이순신 전적지라고 수백억을 쏟아부으면서도 묘도는 방치하고 있다고 서운해 하며 앞으로 진린도독의 활약상을 재조명하고 올바르게 평가하여 한중우호의 기틀이 되게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묘도동장 윤석호씨의 말이 가슴에 아주 깊이 남는다.

문제는 앞으로이다. 우리 한국이 어디로 갈 것인가? 필자는 중국이라 생각한다. 중국은 201812월까지 해외여행객이 16,200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 중 500만명이 한국을 찾는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진린과 같은 역사를 통해 동질감을 느끼며, 인류보편적 가치를 같이 추구하는 인문학으로 접근하면 쉽게 풀릴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그렇다. 전라도는 더욱 그렇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진린도독을 온전히 몸으로 품고 있는 여수 묘도는 더욱 아름답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중국취재팀이나 필자나 여수의 묘도가 주는 진한 감동에 가슴이 뜨거워짐을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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