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섬을 가다

불로초 전설, 소리도

샘물문화 2022. 10. 12. 16:46

불로초 전설을 간직한 소리도

 

소리도는 솔개가 많이 나는 섬, 즉 여수 연도(鳶島)를 말한다. 소리개는 솔개의 우리말로, 현재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고, 전래동화나 우화에서 병아리를 채가는 솔개의 모습으로 많이 등장한다. 솔개는 천지조화의 신묘함을 말하기도 하고, 해동청 보라매, 송골매 등의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진 지능 높은 매목 수리과에 속하는 대형 맹금류이다. 매의 사육과 사냥을 관장하는 관청인 응방(鷹坊)이 1395년 설치되었고 연도라는 지명이 1396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소리도는 매와 관련된 섬임을 알 수 있다.

 

 

전라도의 섬에는 고려 때부터 말이나 소, 돼지, 사슴, 고라니 등을 사육하는 목장(牧場)이 설치되었고 또한 미역이나 해삼, 전복 등의 해산물을 구하기 위한 관청이 전라도 곳곳에 설치되어 국가의 필요와 수요에 의한 공납의 형태로 조세를 부담하고 있었다. 매를 사육하는 응방도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나 섬에 거주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맹수가 없으며, 수군을 통해(만호나 첨사) 통제하기 좋은 섬이었기에 조선 조정에서는 적극적으로 섬을 활용한 것도 사실이다.

황장목을 공급하는 봉산 금오도와 더불어 응방 소리도는 1981년부터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중 가장 넓은 면적이다. 여수는 연중 122일이 쾌청하며 연평균 14.9도로 포근하고, 나비 모양의 여수반도를 따라 유인도 48개, 무인도 317개 등 보석 같은 섬 365개가 흩어져 있다.

여수 남면에 속한 연도는 주민들이 소리도라고 부르는 것을 선호하고, 섬에 도착하여 처음 마주치는 안내 표지석도 국립공원임을 알리는 연도와 “부모님의 품안, 정든 내고향 소리도”라는 표지석이 동시에 설치되어 있다. 한마디로 소리도는 세상의 모든 권력과 부를 가졌어도 인간의 한계인 죽음과 노화 앞에서는 인간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섬이다. 인공지능(AI)과 4차산업혁명, 로봇혁명, 최신 의약품과 신물질 등으로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야말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세상이다.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발열체크 및 이동에 통제를 받아야 하는 역사상 초유의 세계적 재난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그렇게나 최첨단 최신식 인공지능 4차원을 외치는 세상에서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온 세상이 마비되어 버린 것이다. 인간으로서 누구 하나 자유로울 수가 없는 환경이 되었다. 백신과 치료약이 개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소리도 방풍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서복이 왔다 가다" 라는 글자가 새겨진 절벽이 안타깝게도 무너져 소실되었다고 한다 .

 

진시황도 중국을 통일하고 부와 권력을 잡았지만, 인간의 노화와 죽음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원정대를 각지로 보내 불로초를 구하고자 했다. 이를 구할 수 있다고 하는 서복(徐福)의 말에 진시황은 크게 기뻐하며 원정대를 꾸렸다. 서복을 단장으로 하는 원정대는 제주도 서귀포 정방폭포 부근에 상륙하여 제주도를 전부 뒤졌으나 찾지 못하였고, 완도 황제도를 거쳐 여수 소리도에 도착했다. 그 증표로 서시과차(徐市過此)라는 글을 가랑포 해안절벽에 남겼다고 한다.

제주도 서귀포 정방폭포와 경남 남해에 있는 표식과 같은 것이다. 제주도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 서복기념관을 짓고 중국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려 성공을 거두었다. 경상도 남해도 많은 예산을 들여 서복의 흔적을 공식화하려고 노력중이다. 그러나 소리도는 서복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연도사무소의 안내판 제일 하단에 조그맣게 기록하고 있을 뿐, 서복을 기념한다든지 혹은 불로초로서 방풍나물을 스토리텔링 한다든지 하는 노력은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한 이유 중에 하나가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서복이 왔다 가다’라는 글자가 새겨진 절벽이 안타깝게도 무너져 소실되었다고 한다.

소리도에 도대체 무엇이 있어 해안절벽에 ‘서시과차’라는 글까지 남겼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방풍나물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제주도에서는 황칠나무를 불로초로 생각했고, 소리도에서는 방풍나물이 아니었을까?

풍을 예방한다고 하여 이름 지어진 방풍나물(갯기름나물)은 예전에는 주로 약용식물로 사용했으나 지금은 쌉싸름한 맛을 이용한 식재료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방풍은 원방풍, 갯방풍, 식방풍의 3가지 품종으로 나뉘며 식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식방풍은 발한, 해열, 진통의 효능이 있다. 방풍나물의 어린 순은 식감이 좋고 향긋한 맛을 지녀 나물로 조리해 먹고, 뿌리는 진통, 발열, 두통, 신경마비 등을 완화하는 약재로 사용한다. 한방에서 만성 두통, 감기, 류머티즘성 관절염에 약으로 쓰며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뿌리에는 쿠마린(coumarin)을 함유하여 세포 독성을 보이고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전 9시부터 싸목싸목 걸어 오후 4시 출항 뱃시간까지 소리도를 만끽할 수 있었다. 소리도는 등대와 쌍굴이 있는 소룡단에 앉아 멋진 풍광과 상큼한 바다내음을 맡으며, 푸른 하늘과 바다를 보고, 절벽 위 바닷가 옆으로 잘 정돈되고 만들어진 산책로를 걸으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환상의 섬이자 해양치유의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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