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
“성장과 고용 동시에 선순환 해야”
한국은행 광주전남지역본부는 시중은행 등에 비해 금융 소비자들과 밀접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거시적인 측면에서 금융정책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 부임한 박양수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을 만났다.
무안 출신인 박 본부장은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은행에서 경제전망을 20년 이상 담당했다. 거시경제학과 계량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정통 주류경제학에 바탕을 두고 거시경제모형을 만들어 경제예측을 수행한 경제학자이자 금융인이다.
▲이 지역 출신으로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의 중책을 맡게 됐는데 소감은?
무안에서 태어나 함평 학다리고를 졸업하고 서울로 대학을 간 후로 30여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습니다. 1991년 한국은행에 들어와서 주요 정책부서와 뉴욕사무소에서 근무한 후 첫 지역본부 근무를 광주에서, 그것도 본부장으로서 하고 있어서 매우 영광스럽습니다.
취임한지 5개월 정도 되었는데 고향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기본적인 기능 중 하나인 조사연구나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등이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그동안 한국은행에 근무하면서 한국경제와 세계경제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역경제 발전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제가 고향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되리라고 봅니다. 고향 경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 향후 제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의 정책당국자들을 설득해야 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광주전남 지역경제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지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과 고용이라 할 수 있으며, 두 가지가 동시에 선순환을 일으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지역의 경우 제조업은 석유화학, 철강 등 대기업 위주의 장치산업 생산비중이 높아 생산과 고용 간에 큰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서비스업은 업체규모가 영세하고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전통적인 저부가가치 업종의 비중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아울러 우리지역은 특히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합니다. 우리지역에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가 부족한 결과 청년층이 교육과 취업을 위해 연쇄적인 이주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결국 괜찮은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느냐에 귀결됩니다. 따라서 친환경자동차 부품클러스터, 에너지밸리, 문화콘텐츠 클러스터 등 우리지역의 신성장동력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 조성사업들을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또한 광주형 일자리사업 추진, 문화·관광 등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업의 육성, 청년창업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청년들이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경제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조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대책은?
그동안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와 광주전남연구원 및 대학 등에서 이루어진 지역경제에 대한 조사연구 자료들을 살펴볼 기회를 가졌으며 참 많은 자료들이 축적되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체와 지역경제가 윈-윈(win-win)하는 방향에 대한 모색, 발전계획을 세우면서 단기, 중기 및 장기 측면에서 일관성과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등이 다소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난 몇 년간 지역경제보고서 등의 작성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시의성 있는 경제정보를 제공하고 지역민의 경제현안에 대한 이해 제고에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심층적인 조사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본부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지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깊이가 있으며 단기부터 장기까지 균형 잡힌 시계를 가진 조사연구가 수행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맞춤형 정책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학계, 연구기관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자체 연구의 정확도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자 합니다. 특히 지역경제 전문가 및 정책담당자들이 함께하는 지역경제세미나, 포럼 개최 등을 통해 조사연구 결과를 전문가 및 정책당국과 적극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최근 저술한 ‘21세기 자본을 위한 이단의 경제학’에서 경제정책의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는데 이유는?
저는 거시경제학과 계량경제학을 전공으로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은행에서 경제전망을 20년 이상 담당했습니다. 정통 주류경제학에 바탕을 두고 거시경제모형을 만들어 경제예측을 수행한 경제학자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기간에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부터 최근까지 지구촌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들과 주류경제학의 한계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다음과 같은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지구촌 경제는 소득불평등 심화, 기대수명 연장 및 고령화 진전 등에 따른 소비 위축과 단기성과주의 만연에 따른 투자 부진 등으로 부채주도 성장을 추진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이후에도 인구고령화 및 생산가능 인구 축소, 경제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성장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향후 20년 이내에 지구온난화가 심화, 고용 없는 성장 및 인공지능시대가 도래하게 되는데 정치적 리더십은 발휘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그래서 지구촌 경제는 현재 구조적인 장기침체에 빠지게 할 위험이 크며 그동안 주류경제학이 가진 프레임 안에서는 해결방안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제 저서에서는 새로운 경제학 또는 경제정책은 소득계층별 분석, 국제통화체제의 불완전성 고려 등이 가능하도록 기존의 경제 분석의 틀을 큰 폭으로 바꿔야 하고, 심지어는 그동안 이단으로 여겨졌던 비주류경제학자들의 생각까지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한 제언은?
지구촌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제4차 산업혁명의 성공이라고 봅니다. 특히 생산가능인구 감소, 소득불균형 심화, 가계부채 누증 등의 구조적 요인으로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제4차 산업혁명을 어느 나라보다 빨리 성공시켜 경제를 재도약시켜야 합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 될 수 있으려면, 앞으로 10년 정도 남은 기간에는 제4차 산업혁명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 극대화되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 나가되 그 혜택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미리 디자인해 놓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치열한 연구와 토론 등 집단지성의 발현을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부터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플랫폼 기업의 독점화가 심화돼 소득이 더욱 집중되면 어떤 식으로 세금을 부과하여 많은 이들에게 돌려줄 것인가? 인공지능시대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교육과 여가에 시간을 쏟을 텐데 이 경우 생활비 또는 기본소득은 어떤 방식으로 주어야 할까?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 가장 중요해지는 데 이를 어떻게 구체화해야 할 것인가? 등입니다.
▲지역 기업인 및 지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대내외 여건 변화에 대한 점검과 대비책 마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지만 이러한 때 일수록 가계나 기업 즉 민간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에 대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경제학에는 ‘자기충족적기대(self-fulfilling expectation)’라는 것이 있습니다. 가계나 기업이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너나 할 것 없이 소비나 투자를 줄이게 되면 실제로 경제성장이 나빠지는 결과를 얻게 됩니다. 지역 기업인들께서는 일자리 창출과 투자확대를 위해 노력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인구 증가와 함께 지역민의 소득증가를 통한 지역의 발전은 다시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중장기적으로도 글로벌 경제 및 우리나라의 경제환경이 결코 녹록치 않지만 우리지역은 환경문제가 심화되고 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할 미래에도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천혜의 관광자원과 6차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농수산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민들께서 자신감을 갖고 경제활동을 해나간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남도의 시대가 오리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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