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중소기업엔 힘든 한 해
비용절감 선제적 대응 시급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은 국내의 대표적인 증권전문가다. 30여년을 증권맨으로 보냈고 그 중 12년 동안은 CEO를 역임했다.
최근 부회장으로 영전한 그는 올해도 미·중 간의 무역분쟁, 연준의 금리인상, 브렉시트,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 등 많은 위험들이 증권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산학협동연구원 인포 편집팀이 유 부회장을 만났다.
▲최근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을 맡게 됐는데 소감은?
1988년 10월 증권업계에 입문해 그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한 30년을 보냈습니다. 사원으로 입사해 18년 남짓 만에 대형증권사 CEO가 되었고, 지난 30년 중 직원생활 11년, 임원생활 19년을 지냈습니다. 그 가운데 CEO를 12년간 역임했습니다. 과분합니다.
CEO를 오래하겠다는 욕심을 안 부리니 CEO를 오래하게 되었습니다. 오래하겠다고 생각하면 무리를 하게 되고 불필요하게 내부에서 경쟁하며 오히려 조직에 해를 끼치게 됩니다. 경쟁은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하는 것입니다. 지금 웃으면서 12년 만에 후배에게 CEO자리를 물려주고 내려오게 된 것도 욕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전 경상이익 기준으로 2018년 증권업계 사상 역대 최대의 실적이 기대됩니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웃으면서 내려올 최적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0여 년간 구축한 탄탄한 조직력과 영업력, 조직 구성원들 간의 응집력 등 모든 면에서 더욱 도약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제 마음이 너무 편하고 뿌듯한 이유입니다.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으로 일상적인 회사 오퍼레이션(운영)은 내려놓지만 기존에 알고 지내던 대기업 사장, 기관투자자 최고경영자 등 고객들을 만나고 영업을 지원하는 일은 계속할 것입니다. 자본시작을 위해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을 때도 나설 생각입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심각하다. 현황과 향후 전망은?
임시 휴전은 할 수 있겠지만 종전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이 중국에게 요구하는 3대 패키지는 지적재산권 보호, 시장 개방, 보조금 지급 금지입니다. 그러나 중국이 이 세 가지를 한 번에 수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문제라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중 시장 개방과 보조금 지급 금지는 공산당과 중앙정부가 통제하여 산업을 육성해 왔던 중국의 관행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완전한 형태의 협상 타결은 나오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나 일부 휴전은 가능합니다. 최근 중국과 미국 모두 경제지표 하강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은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연방정부가 폐쇄됐고 트럼프 탄핵 추진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경기하강 속도가 더 빨라진다면 2020년 트럼프 재선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중 간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한국도 큰 피해를 입고 있는데 이럴 때 기업에서 주의할 사항이 있다면?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무역전쟁으로 인한 피해 우려가 큰 것이 사실입니다. 국가별로 볼 때 한국은 `중국의 최대 수입국이며, 중국 경기 하강 폭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무역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가늠해보기 이전부터도 이미 우려는 존재했습니다. 대중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석유화학, 기계 등이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제외한 품목은 이미 지난해부터 줄어들고 있습니다. 반도체 경기 우려와 석유화학 분야에서 지난해 누렸던 유가상승의 수혜 등을 감안하면, 미·중 간 무역전쟁 피해의 현실화는 수출경기 하락폭을 키울 수 있습니다.
우선해야 할 부분은 수출 지역과 품목의 다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시장과 특정 품목에 의존하는 한, 시장 상황 급변에 따른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품목과 시장에 연결되어 있을 경우 무역전쟁으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반사이익의 기회도 향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가성비를 높인 상품에 집중하여 해외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해야 합니다. 무역전쟁은 단기에 끝나지 않을 이슈입니다. 품질과 가격은 해외시장에서 생존 여부를 결정할 뿐 아니라 국내 시장을 지키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금융전문가 입장에서 진단한 2019년 금융시장 전망은?
미·중 간의 무역분쟁, 연준의 금리인상, 브렉시트,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 등 많은 위험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들이 새롭게 불거진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금융시장은 어느 정도 적응력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상반기에 위에 열거한 이슈들이 해결 또는 봉합되는 정도를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꼼꼼히 따져볼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행히 각국이 어려워진 경제환경을 인식해서 올해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려고 노력하는 쪽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작년과 같은 극단적 대립이나 일방적 노선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봅니다.
그러나 경기는 당분간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기 때문에 섣부른 낙관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외양간을 고친다고 당장 소가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미국도 감세 효과가 사라지면서 경기가 둔화되고 있고 중국도 정책의 효과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로서는 큰 도전입니다. 내수라도 버텨줘야 할 텐데 최근 소비심리 지표나 기업들의 투자전망을 보면 밝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올해도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시장이 될 것으로 봅니다. 상반기 위험을 잘 관리하면 큰 기회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국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살 길을 제시한다면?
한국은 지난 40년 동안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을 잘 만들어서 세계에 팔아 성장해왔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물건을 팔아서 경제를 꾸려나가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바깥에 물건을 팔아서 안살림을 꾸려야 하는데 그 효과도 예전 같지 않고, 우리보다 더 잘하는 경쟁국가들도 이제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저는 현재 한국경제가 그 해답을 이미 찾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파는 겁니다. 이미 K팝이나 의료관광 등에서 보듯이 우리는 무형자산을 파는 데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조기유학부터 시작해서 한국 가계는 모든 희생을 감수하며 글로벌 인재를 키워왔습니다. 이러한 인재들이 한국의 서비스를 해외에 선보이는 원동력입니다. 그래서 우수한 인력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의 해외진출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줘야 합니다.
▲중소기업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2019년에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5년 만에 상장기업들의 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할 전망인데다, 기업가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다방면에서 부담이 커지고 있어 어려움이 많은 상황입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중소기업인 초청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경제행보에 집중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나 그 성과가 바로 나오기는 어려운 만큼 중소기업에게 2019년은 작년보다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많은 대기업들의 상황도 좋지 못한 만큼 다양한 부문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시도가 이어질 텐데 대표적으로 중소기업 관점에서 보면 원청업체로부터의 단가 인하 압박이 클 것 입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어렵겠지만 선제적으로 비용절감에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하며, 회사의 핵심가치를 지켜나가면서 여건이 좋아질 때를 대비한 준비도 결코 소홀해서는 안 됩니다.
증권업에서의 오랜 경험을 되돌이켜보면 언제나 위기는 곧 기회였고, 치밀한 전략을 세워 위기를 넘긴 회사는 경기가 회복될 때 이익이 급증했고 주가도 많이 올랐습니다. 지금은 어렵지만 남들보다 한 발 앞서 고민하고 미래를 준비한다면 슬기롭게 버텨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더욱 탄탄한 회사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투자심리가 시장을 뒤덮고 있습니다. 이는 이제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희망을 찾아 나설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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